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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디스플레이의 미래, 올레드(OLED) - 전시해설가(도슨트) 김찬용

  • 등록일2019.04.25
  • 조회수112,608
  • 도슨트 김찬용
  • Gen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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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살아생전 단 하나의 작품 밖에 팔지 못한 실패한 화가였던 그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화가가 되어있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기 위해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등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중 아마도 고흐 팬들이 직접 방문했을 때 가장 감탄하고 매혹되는 공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를 알아도 막상 네덜란드에 직접 방문할 기회가 쉽게 생기지 않아 아쉬워하는 팬들 또한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고흐를 사랑하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를 얻기 힘들었던 세계의 많은 고흐 팬들에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으로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이 직접 기획하여 만든 전시가 현재 우정 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展이다. 이 전시는 첨단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한 고흐의 레플리카를 직접 만지며 작품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됐고,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공간, 그리고 좀 더 고흐와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보 검색 및 다큐멘터리 감상 공간이 준비되어 감상자의 다양한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Loving Gogh>전시실 이었다. 이 전시실은 고흐의 팬이라면 누구나 열광하는 고흐의 방이 현대적으로 연출되어 휴식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를에 위치한 그의 노란집에서 14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200여 점의 작품을 뿜어냈던 고흐였기에 실질적인 그의 전성기가 소개된 공간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展측은 전성기 고흐의 작품을 보다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특별히 <Loving Gogh>방을 올레드로 연출하여 보다 완벽하게 고흐의 작품 속 색채, 속도 그리고 질감과 두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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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라는 장르는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을 다루는 분야이다. 화가는 본인이 바라본 세계를 각자의 강렬한 방식으로 캔버스에 옮겨 우리에게 전달한다. 고흐 역시 그러했기에 그의 위대한 작품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우리는 이런 경험들을 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올레드는 이렇듯 우리가 미술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며 즐기고자 품는 시각적 욕망을 충실히 만족시켜주는 매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展에 방문해본다면 올레드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도 유화의 색감 및 질감 표현 능력에 있어 가장 뛰어난 능력치를 발휘한 작가가 고흐이고, 올레드는 특유의 탁월한 색감 및 깊이 표현능력으로 고흐의 작품이 지닌 특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레드는 어떻게 고흐의 작품을 제대로 포착해 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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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중심에는 블랙이 있다. 필자는 전시해설가로써 순수미술 전시에서 10여년간 근무해왔다. 그리고 그 10년간 변함없이 올 블랙의 정장 패션만을 고수해왔다. 이는 누가 요청하거나 강요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신념과 의도를 갖고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고수한 패션이었다. 필자가 현장에서 블랙의 패션만을 고수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작품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전시해설가라는 직업은 전시장에서 작품을 안내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술은 ‘시각’을 다루는 예술 분야이다. 그런데 작품 옆에 서서 안내하는 안내자가 작품보다 더 자극적이거나 튀는 혹은 색을 반사하는 재질의 옷을 입고 안내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반감되고 작품 보다 안내자에게 더 시선이 쏠릴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필자는 작품에 대한 감상자의 시선 몰입을 최대한 깨지 않고 음성으로 존재하며 작품의 시각적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는 안내자가 되기 위해 블랙의 패션을 고수한 것이다. 실제로 강렬한 블랙은 어둠을 잡아줌으로써 주변의 색들이 더 환하고 강렬하게 돋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이미 미술사에서도 널리 증명되어온 사실이다. 그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들이 수학적인 투시 이론을 통해 마치 사진처럼 보일 수 있는 세상을 캔버스에 담아냈다면, 이어진 바로크 시대의 대가 카라바조는 강렬한 블랙으로 명도 대비를 극대화하면 주제와 색이 돋보이는 효과를 끌어내 더 강렬한 실제감을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이 시각 개념이 제대로 적용된 TV가 바로 올레드이다. 올레드가 기존 LCD는 구현할 수 없었던 그 궁극의 블랙을 포착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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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10년, 산치오 라파엘로 <아테네의 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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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4년, 카라바조 <매장>



우리가 기존에 접해왔던 LCD 화면은 백라이트가 켜진 상태에서 셔터 기술을 이용해 색을 구현하기 때문에 블랙의 색감 역시 셔터가 꺼져 있어도 백라이트의 빛이 투과되었다. 그런데 올레드는 백라이트 없이 각각의 픽셀이 스스로 발광하기 때문에 올레드의 블랙은 아예 빛이 사라진 상태의 완벽한 블랙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 개념을 개인적으로 풀어 얘기해보면 LCD는 밝게 켜져 있는 형광등 위에 검은 색종이를 덮은 형태의 어둠을 보여준다면 올레드는 아예 불을 꺼버리는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이는 미세한 차이라 생각될 수 있으나, 우리가 불이 환하게 켜진 방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불이 완전히 꺼져 암전 된 방에 들어가서 눈을 감았을 때 경험하는 어둠의 느낌이 다른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체발광 기술은 블랙의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주변에서 빛을 발산하는 다른 픽셀들의 색감이 더 돋보일 수 있게 되고, 그를 통해 색의 선명도가 높아져 어떤 각도에서 봐도 더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더불어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그 장르의 특성상 디스플레이 하나하나에 있어 미감을 중시하는 곳이다. 올레드 기술은 두께 2.57mm에 무게 7.6kg이라는 경이로운 효율성으로 완벽하게 전시공간 속에 스며든 모습을 선보이며 많은 미술관과 전시기획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뛰어난 기술력은 더 이상 미술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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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미술 역시 그 변화를 함께한다. 동시대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은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진이나 합성 기술뿐만 아니라 태블릿과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비단 호크니뿐만 아니라 현대미술가로 불리는 이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은 더 이상 캔버스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이용해 더 뛰어난 예술적 시각 경험을 감상자에게 선사하고자 고민하고 연구한다. 과거의 우리는 이러한 예술적 고민의 결과물인 그림을 즐기기 위해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을 구매하거나 직접 미술관에 방문해야만 했다면,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집에 올레드를 걸어 놓고 내가 원하는 작품을 미술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생동감 넘치게 마주할 수 있는 세상에 속해 있는 것이다. 


동시대미술은 예술의 대중화 혹은 공공화를 꿈꾸며 특권층만이 누리며 소유할 수 있는 예술을 지양하고 모두가 차별 없이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미술에 국한된 이야기였지만, 이제 우리는 19세기 반 고흐의 작품을 즐기기 위해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展에서 그를 만날 수 있고, 원한다면 수백억을 투자해 고흐의 작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올레드를 통해 그의 그림들을 생동감 넘치게 나의 집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기술을 마주했다. 그렇게 올레드는 자신의 기술력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꿈꿔온 예술의 대중화에 한걸음 다가섰는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시각 예술 분야를 논해온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올레드가 선보일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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