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적기 출현, Alpha-1 미사일 발사!’, ‘Alpha-1 미사일 발사!’
‘System warning, system warning, 우측 날개 손상, 손상도 78%, 즉시 탈출 바람’
목숨을 위협하는 미사일이 수 없이 발사되고 순간의 선택이 운명의 기로를 결정하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실전 같은 연습이 필요하다. 육군 부대에서 진행하는 전술 훈련은 대부분 전쟁 시나리오를 가상하여 주어진 역할을 숙달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훈련을 반복하여 전시 상황에서도 몸에 저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은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 전투기에 타는 것 자체로 위험이 따르는 공군의 경우 말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비행 경로가 일정하지 않은 전투기들은 그 특성상 정비가 가장 중요한데 정비반의 정비 실수가 곧 동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공군에서는 실제 전투기를 몰기 위해서 특정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시뮬레이션(Simulation) 교육이다.
시뮬레이션은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여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크게 물리적 시뮬레이션과 논리적 시뮬레이션으로 나뉘는데 위와 같은 경우는 물리적 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물리 현상을 컴퓨터로 재현하여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도 예상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물리적 재화나 시간이 실제보다 적게 들어 경제적이기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시뮬레이션이 쓰이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시 위의 사례를 예를 들어보자. 항공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째로, ‘컴퓨터의 가상 현실 모델이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이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전투기가 어떻게 움직이며, 난류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두 가상의 물리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실을 이용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 이다. 시뮬레이션은 화면을 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2D 이지만 사용자가 실제 느껴야 하는 현실은 3D 이다. 하여 시뮬레이션과 현실과의 괴리가 크게 느껴질수록 훈련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최근까지, 시뮬레이션은 모두 평평한 디스플레이 화면에 가상 현실을 띄워놓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의 결과, 현재에는 VR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쓰이고 있으며 VR시뮬레이션 게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저번 글(색의 인지와 표현)에서 인간이 시각에 얼마나 의존적인 동물인지 다루었는데, 실제로 VR 게임을 하면 눈 앞에 있지도 않은 낭떠러지가 두 다리를 떨리게 만들 정도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술들을 더욱 더 현실같이 느껴지게 하려면 몰입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눈 앞에 있는 디스플레이 화면은 실제론 평평하지만 깊이감이 느껴져야 하며, 프레임이 최소화되어 현실 세계와의 경계가 모호해야 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항공 시뮬레이션의 경우 LCD 디스플레이 여러 개를 나열하여 멀티 모니터처럼 사용자를 감싸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화면과 화면 사이의 프레임으로 인해 경계가 나뉘어 보인다. 하지만 OLED를 사용한다면, 그러한 제약 없이 한 눈에 모든 화면이 들어오게 할 수 있다. 특히 야간 비행 훈련을 시뮬레이션 하는 경우, 깜깜한 어둠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공간감이 느껴지고 조용한 가운데 오로지 나의 시각과 손 끝 감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피커가 아닌 화면의 음원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로 인해 더욱 생생한 훈련이 가능할 것이다.
<LCD패널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디스플레이>
이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 OLED는 의료 수술 시뮬레이션, 도선사의 정박 시뮬레이션 등의 분야에서도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 넘어 더욱 더 현실 같은 시뮬레이션으로 환자와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해줄 것이다. IoT (Internet of Things) 시대를 넘어 DoT (Display of Things) 시대를 가능케 만든 OLED의 변신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