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5G, 자율 주행 자동차, IoT, AI. 너무나 거대해 보이는 신기술 시대의 개념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이런 기술들이 세상에 그리고 우리에게 과연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그 어떤 시대도 혼돈과 변화에서 자유로웠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가깝게는 인터넷 파도가 밀려오던 십 수년 전, 무언가 타이밍을 놓치고, 패러다임을 리드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았던 불안의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인터넷이 열어 젖힌 온/오프라인의 복합 시대를,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잘 살아 나가고 있다. 더 멀게 수백 년 전은 어땠을까? 과학이 열어젖히는 새로운 시대를 두렵게 바라봤던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중심을 잡고, 어떻게 길을 헤쳐 나갔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책을 뒤지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 약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이라는 6가지 부문의 혁신에 관련된 기술이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부터, 그 아이디어가 어떤 변화를 겪으며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환자의 고열을 떨구기 위해 한 의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얼음 제작기가 냉장고 및 냉장 시스템으로 발전한 과정처럼. 이 책에서 분명하게 느낀 것은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킨 과학적 발명품들은 어느 한 사람의 천재성에서만 탄생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사회적 현상, 타 분야의 발명품들과의 융복합을 통해 긴 시간 응축된 집단 지성 활동의 진화물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진화 과정에서 도약의 스파크나 트리거가 된 것은 과학과 기술 만이 아니었고, 놀랍게도 가족, 친구, 동료, 환자들을 살리고자 하는 인간의 애정과 열정이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5G, AI, 자율 주행 자동차, IoT 등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 우리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도약의 트리거는 무엇일까? 올레드(OLED), LCD, Micro LED, QLED 등, 다양한 기술적 선택지 앞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과 도약의 트리거를 찾아내는 방법은 결국 거대한 흐름 속에사람의 생활 패턴 변화를 읽어내고, 그 변화 속에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제거해야 할 불편함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감각과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내는 역량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IR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투자자들에게 5G, AI, 자율주행 자동차, IoT 등이 침투된 세상에 살게 될 때 당신들이 디스플레이에 요구하게 될 기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IoT, AI 시대에는 모든 사물이 디지털화되고, 모든 사물이 알렉사처럼 인공지능 기반으로 사람과 소통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가진 사물의 뇌는 반도체로 채워지지만, 그 사물의 인터페이스, 즉 얼굴은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진다. 디스플레이가 인공지능 기기의 얼굴이라면, 아마도 다양한 형태는 기본이고, 당연히 말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운드, 터치, 각종 센서 융복합 용이성은 필수가 될 것이다. 본인의 필요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은 기본이 될 것이고, 이동도 손쉽게 할 수 있는 포터블 형태도 요구될 것이다.
또한,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에서 휴식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조되고,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가장 돋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공간에 최적화된 디자인(유연성), 투명성, 사운드 내재화 등, 다양한 니즈를 디스플레이가 반영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온 세상이 디스플레이로 덮이고, 장시간 디스플레이에 노출되는 시대, 나와 내 가족의 눈은 편안할까?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답변은 의외로 “건강”에 대한 우려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답변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 모든 것을 다, 그것도 아주 잘 구현해줄 수 있는 양산 기술은 현시점, 올레드(OLED) 밖에 없어 보인다 그 외의 기술들은 현재 일부를 만족하는데 그쳐 보이기 때문이다.
왜 올레드(OLED)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가? 자발광이므로, Backlight가 없어서 심플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기능 융복합, 다양한 형태 변화에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장점은 궁극적으로 기존 TV, IT, Mobile 시장을 넘어서는 다양한 시장 창출에 최적의 특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발광이 갖는 심플한(simplicity) 구조 때문에 시장 개척 가능성이 무한대로(infinity)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투자자들의 토론은 결국 아래와 같은 질문과 답변으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