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 좋은 TV를 꿈꾼다
이제 극장만이 답은 아니다. 정말이다! 예전엔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 했다. 큰 스크린에 높은 화질,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까지. 한마디로 극장이 영화를 독점했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오랜 꿈은 집을 극장처럼 만드는 것이었다. 간식부터 영화까지 관객이 선택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극장이 있을까? 그에 따라 캐러멜 팝콘은 극장 말고 편의점에서도 팔리기 시작했고, SD비디오급 화질은 HD급에서 2K 블루레이를 넘어 이젠 4K UHD(초고선명 영상 기술 방식)까지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4K UHD면 극장만큼 좋은 화질로 집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2K나 4K UHD가 대중화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영화 소스 용량이 크고 비싸다. 둘째, 그 소스를 제대로 표현할TV가 없다. 이런 이유로 집은 극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세상은 달라졌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을 비롯한 OTT 서비스(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는 4K 소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용량이 크지만, 인터넷 속도는 5G를 넘어서 스트리밍으로도 집에서도 4K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는 특별한 소식이 아니라 요즘 뉴스를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심지어 보기 드물게 출시된 4K UHD 블루레이 영화들도 지금은 과거 명작부터 최신작까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4K UHD 대중화의 첫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 초고화질 영화 소스는 충분하다.
문제는 두 번째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반드시 언급해야 할 작품이 있다. ‘영화’하면 반드시 꼽히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1988). 이 작품은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 토토와 소년의 영화 친구이자 ‘시네마 천국’ 극장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토토는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프레도의 경고에도 필름을 집으로 가져가 필름통에 담아두고 영화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것을 꺼내 빛에 비추어 본다. 아름다운 장면 장면을 이어가며 영화를 보는 소년 토토. 그러던 어느 날, 필름통에 담아둔 필름에 불이 나면서 동생이 다칠 뻔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렇게 타버린 아름다운 장면들은 이젠 영화관이 아니면 감상할 수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토토는 극장에서 알프레도를 도우며 보고 싶은 영화들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토토가 지금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필름이 불에 탈 걱정은커녕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구하기 힘든 영사기 대신 햇빛에 필름을 비출 필요도 없이 집에서도 TV로 영화를 즐겼을 것이다. 이런 토토의 상황이 앞에서 언급한 두 번째 문제로 이어진다. 2K부터 4K UHD까지 영화 소스는 상용화되고 있지만, 이 소스를 제대로 구현해 극장 같은 감동을 집에서도 느끼게 할 기계가 마땅치 않다. 흡사 우린 토토처럼 필름을 가지고 영사기가 아닌 햇빛에 의존해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LED TV는 백 라이트로 색을 발현하기 때문에 정말 토토처럼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하얀색 불빛이 영화의 어둠까지도 밝게 만들어버린다. 극장에 꼭 가야만 했던 토토라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집에서도 충분히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제 음식에 걸맞는 그릇이 필요할 때다. 그렇다면, 4K UHD라는 음식에 걸맞은 그릇은 무엇일까?
극장과 집의 가장 큰 차이는 검은색 장면을 얼마나 더 깊이 있게 표현하느냐에 있다. 반대로 말해서 검은색이 여러 단계로 잘 구분돼야 아주 작은 빛도 다양하게 구별해 낼 수가 있다. 촛불이나 형광등에서 새어 나오는 약간의 빛이 인물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달리 보인다. 이를테면, <기생충>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기택네 가족이 깊은 어둠을 빠져 나오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괴이한 느낌을 전달한다. 처참하고 비굴하며 어둡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기택네 가족이 지나온 거리 가로등 조명을 전부 교체했다. 어둠 속에서 기택네 가족이 전달하는 불안은 붉은 가로등과 짙은 어둠이 만들어낸 감정의 산물이다. 이런 장면을 집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선 앞에서 말한 좋은 그릇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집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서 명암비(검정색과 흰색의 밝기 차이)가 뛰어난 TV가 필요하다. 명암비는 쉽게 말해서, 높을수록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더 명확하고 다양하게 구분된다. 당연히?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LCD는 소년 토토가 이미 경험했듯이 영화를 보기엔 빛이 제각기다. 어떤 건 밝아서 좋지만, 검은색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명암비가 낮다. 반면 OLED TV는 자발광으로 화소 단위로 빛을 제어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명암비를 가진다. 만약, <기생충>을 극장이 아닌 집에서도 즐기고 싶다면 OLED TV는 필수품이다. 2K부터 4K UHD 영화 소스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그 좋은 영화들을 극장이 아닌 집에서도 즐길 유일한 방법도 OLED TV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수조를 투자하고 있고, 디즈니 플러스는 막강한 애니메이션 영화와 마블 시리즈를 선두로 내년을 목표로 한국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젠 인터넷 속도도 5G 시대라 큰 용량의 영화라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 정말, 단군 이래로 이보다 더 영화 보기 좋은 세상은 없었다. 때마침 좋은 음식을 담을 그릇까지 나왔다. 영화 보기 좋은 TV, OLED TV. 이제 내 유일한 걱정은 너무 좋은 TV로 영화를 보다가 이대로 외부 활동이 줄어 살이 찌는 것이다. 살이 쪄도 좋다. 내년엔 조선판좀비<킹덤> 시즌2를 OLED TV로 집에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