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중 가장 진화된 인간(Homo sapience)은 대부분의 동물이 후각, 청각 등에 의존하는 것과는 다르게 시각에 가장 의존하는 동물이다. 이는 진화의 결과 날카로운 발톱이나 몸을 보호해주는 두꺼운 가죽이 없기 때문에 위험 요소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여 몸을 안전하게 지키고, 사고(思考)가 가능하여 예술을 느끼고 행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입맞춤을 할 때 눈을 감는 이유가 오로지 촉각에 신경을 집중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는 사람이 시각에 가장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
물건을 팔기 위해 화려한 컬러와 조명을 사용하여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 또한 자본주의 시장이 인간의 특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우리가 후각이 가장 많이 발달했다면 여러 가지 향으로 우리의 관심을 이끌었을 것이다.) 흔히 붉은색이 다른 색에 비해 눈에 잘 띄는데 이는 진화론적 시선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초록색의 나무가 가득한 곳에서 살았던 영장류에게 피의 색과 같은 붉은색은 곧 죽음을 의미하므로 야생 동물이나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위험을 빨리 알아차리기 위해 붉은색을 잘 인지하는 쪽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답이 되었든, 시각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물체와 색을 인식할까? 인간의 망막에는 색을 인지하는 세 종류의 원추 세포(Cones)와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세포(Rods)가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이 빛 에너지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여 최종적으로 뇌에 전달하게 된다.
원추 세포와 간상세포에서 받아들인 빛 에너지는 수평 세포(Horizontal Cell)와 양극 세포(Bipolar Cell)를 거쳐 신경 섬유로 향한다. 이때 세포 내에서는 전기적 신호 전달이 이루어지며 세포와 세포 사이(시냅스라 한다)에서는 화학적 신호 전달이 이루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뇌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물체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므로 우리가 느끼는 물체의 색은 물체를 비추는 빛 중 물체에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는 특정 파장의 빛이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과를 형광등 밑에서 보는 것과 태양빛 밑에서 보았을 때의 색은 서로 다른 색으로 인지된다. 매장에서 보았던 물건이 너무 맘에 들어 구매했는데 집에서는 맘에 들지 않은 경우는 매장의 조명이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모두가 ‘하얀색’이라고 말하는 색 또한 다양한 색이 존재하게 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종에 따라 색을 인지하는 세 가지 종류의 원추 세포의 비율이 달라 동일한 물건을 동일한 빛 아래에서 보더라도 느끼는 색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반사된 빛과 그 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스스로 빛을 내는 물체는 어떨까?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는 출력 장치 중 하나로 디지털화된 정보를 시각 정보로 나타내준다. 각 픽셀은 일반적으로 빛의 삼원색인 Red, Green, Blue 세 개의 서브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LCD는 뒤의 광원이 존재하고 액정의 회전을 통해 투과율을 조절하여 컬러필터를 통해 색을 나타낸다. 반면 OLED는 R, G, B 개별 OLED와 WOLED 방식이 존재한다.
R, G, B 개별 OLED는 말 그대로 R, G, B가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하여 서브 픽셀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하여 LCD와 비교했을 때 명암비가 뚜렷하다는 장점이 있고 White를 표현하기 위해선 세 가지 픽셀을 모두 켜면 된다. 보통 핸드폰에 쓰이는 OLED 패널은 R, G, B 개별 OLED 방식을 채택한다.
반면 WOLED 방식은 R, G, B 층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적층하여 Whit를 구현하기 때문에 픽셀 하나를 켜면 White의 빛이 나오고 다시 컬러필터를 이용하여 색을 구현하는데 TV의 경우 WOLED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White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White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R, G, B 개별 OLED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R, G, B 모두 불이 들어와야 White가 되는데 이때 Red의 전압이 높으면 Warm white가 되고 Blue의 전압이 조금 더 높으면 Cool white가 된다. 고객의 원하는 제품의 Spec에 맞게 White의 색상을 이처럼 전압을 조절하여 컨트롤할 수 있다. 그렇다면 Red, Green, Blue 각각의 색은 어떻게 조절할까? 이는 각 층을 이루는 유기물의 두께로 컨트롤하는데 유기물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Deep 한 색을 표현한다. OLED에서 유기물은 10의 -9승인 nano 단위보다 더 작은 단위인 10의 -10승이라는 옹스트롬 단위의 두께로 관리되는데 이는 인간의 눈이 그로 인한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OLED 디스플레이는 사람의 색 인지 특성 및 선호 색까지 고려하여 10의 -10승 단위의 수많은 층의 조합과 조절을 통해 완성된다. OLED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상용화되기까지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OLED가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은 후에는 디스플레이를 단순한 장치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디스플레이가 어떤 방식으로 색을 표현하여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는지, 색이 우리의 심리를 어떤 방식으로 건드리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