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TV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보급률이 높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 텔레비전은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 소위 말하는 “있는 집” 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씨름 시즌만 되면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어르신, 꼬마, 동네 사람들 수십 명이 삼삼오오 TV가 있는 집으로 모여드는 광경이 연출 되고는 했다.
이후, TV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어 집안의 대표 가전제품이 되었다. 점점 보편화가 되고, TV의 존재는 집의 당연한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TV를 구매할 때 사실 제품마다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TV의 가격은 점점 싸지고, 기존에 “부의 상징” 이었던 TV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점점 실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LCD 대량 생산으로 인해 더 싼 TV가 계속해서 등장하니, 소비자들은 TV를 비싼 돈 주고 살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그렇게 TV 시장은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과거 CRT가 대세일 때는 무겁고 두꺼운 TV가 당연했었고, LCD/PDP로 대표되는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는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제품으로 다가왔다.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는 TV 시장에 혁신을 상징하는 제품이었다. 이후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LCD가 승리한 이후로 LCD는 더 얇고 더 가벼운 디자인과 화질을 개선해나갔지만 더 이상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든 TV 업체들이 새로운 TV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때, T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제품이 등장했다.
OLED TV, 스스로 빛을 낸다는 자발광 TV가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 화면을 발광 시키는 TV? 처음에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 최초 OLED TV가 개발되고, 2015년 65” OLED TV는 약 1,000만원 가격에 출시됐다. 당시 일반 LCD 65” TV의 두 배, 세 배를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100만원~200만원 정도면 동일 사이즈의 TV를 살 수 있었다. 과연 소비자들은 훨씬 비싼 돈을 주고 OLED TV를 살 것인가? 아니면 이전 PDP처럼 OLED도 시간 지나면 사라지게 될까? OLED TV의 존폐는 그 당시 모두의 관심사였다.
‘16년, OLED TV의 가격은 초기보다는 낮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반 LCD보다 현저히 비쌌다. 시장은 비싼 가격을 계속 우려 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달랐다. ‘16년부터 판매량이 점차 증가했고, ‘17년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가져왔다. TV 시장에는 소위 말하는 “High-end” TV 시장이 존재한다. 약 $2,000이상의 시장을 High-end 시장이라 정의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점차 실추되는 TV의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에 High-end TV 시장이 점차 축소되는 실정이었다. ‘14년부터 매년 10% 이상씩 감소되던 High-end TV 시장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7년 반등하게 된다.
사실 OLED TV 총 판매량은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비중이 큰 수준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TV를 부활하게 한 것과, 축소되고 있던 High-end TV 시장을 4년만에 반등시킨 것은 TV 역사에 한 축을 그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OLED TV가 도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자발광이기 때문에 많이 팔린 것일까? OLE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OLED 어디에 반했을까? OLED TV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OLED TV가 어떻게 High-end TV 시장을 부활시키고 명품 TV가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미국/독일의 OLED TV 구매자를 만나보았다.
다양한 국가의 OLED TV 구매자들을 만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OLED TV는 “쓰면 쓸수록 마음에 든다” 라는 응답이었다. TV는 그저 컨텐츠를 보는 전자제품일 뿐이지 않았는가? 구매자들은 OLED TV를 명품 TV라며, 기존과는 다르다고 확신에 찬 듯 강조했다. 이전에 그저 컨텐츠를 소비하는 전자제품이었던 TV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OLED TV를 통해 TV를 구매하는 기준이 바뀌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장고, 세탁기 등을 구매할 때는 기능과 성능을 중시하고 그 외의 value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TV를 구매할 때는 화질뿐만 아니라 기능 이상의 감성적 가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은 가전은 나의 노동을 대신해주는 제품이라고 본다면, TV는 일종의 안식처나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얻는 감성적인 전자제품이라고 인식한다.
그렇다면 감성적인 TV, 명품 TV라고 칭해질 수 있었던 조건은 무엇일까? OLED TV 구매자들이 어떤 부분에 만족했는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요인들이 언급 됐었지만 가장 큰 두 가지는 “화질”과 “디자인” 이었다. “화질”과 “디자인”은 사실 TV를 구매할 때 고려되는 KBF 다. 하지만 OLED TV 구매자들이 만족했던 요인은 기존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OLED TV가 명품 TV로서 어떤 다른 “화질”과 “디자인”을 제공하는지 현장에서의 소비자 Voice를 전달하며 조금 더 깊게 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