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어제는 지난 역사다. 그래서 100년이 지나면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000년이 지나면 전설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양화는 약 3,000년이 넘은 예술분야인 동시에 아직도 건재하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첫 번째 “한지”
흔히 종이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도 종이일 뿐이다. 그러나 동양화에서 사용되는 한지는 그 자체가 빅 데이터 (Big Data)다. 천년 이상을 간다는 내구성과 자연상태를 최대한 존중한 결과, 빛깔을 가지고 있다 – 다시 말해 종이의 결과 빛깔 자체로 이미 완결되어 있다. 선조들은 이러한 종이를 장판이나 창호지의 용도로도 사용했는데, 이는 방 안의 내부 온도유지와 통기를 위한 실용적인 이유와 함께 계절과 달빛까지 예민하게 통과시켜 대나무의 그림자를 실내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듯 가장 강하지만 유연함이 공존하는 한지는 기존의 LCD 등에서 구현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The Black Paper 프로젝트와 OLED를 통해 세계 최초로 수준 높은 디지털 작품을 구현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먹”
동양화는 먹(墨)의 색을 “Black”이라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당연하다. 검은 색은 먹에 있는 가장 어두운 색일 뿐, 그 층위와 깊이를 하나의 색으로 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을 “玄”으로 그 색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자는 부모의 사랑, 깊은 골짜기, 심해, 지혜를 표현할 때도 사용되었다. 종이에 스며들었다가 위로 올라오는 먹의 다양한 색감과 표현들, 그 깊이는 당연하게도 기존의 어떤 매체에서도 표현되기 힘들었다. 나아가 먹과 한지가 만나면 종이에 시간을 담게 된다! 물론 누군가는 “못 그렸다”, “스케치 같다” 등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대상의 겉모습이 아닌 진면목을 그려내는 것이 동양화이다.
언뜻보면 못 그린 그림이 맞다. 실제 고양이와 비슷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조금 더 다가가서 보자. 고양이가 비록 지금은 바른 자세로 화면 속에 앉아 있지만, 실제로 여러분들은 이 고양이가 평소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한번에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개구장이를 보는 듯한 표정, 촉촉한 귀, 그에 반해 메마른 붓으로 빠르게 지나간 수염…! 어쩌면 정말 화면 속에서 붙잡고 싶었던 간절한 순간은 애정어린 고양이를 실제로 쓰다듬듯 붓을 그어나가며 그 속에 잠든 고양이의 생동하는 영혼이 아니었을까?
사실 동양화에서는 종이와 먹이 만날 때 잘 그린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직 대상이 가진 진면목, 자신의 고유한 성격을 보여주고자 할 뿐이다. 김성희 아티스트가 방금 손을 땐 듯 작가의 숨결과 흔적을 가장 온전한 상태로 구현한 OLED는 3,000년을 넘어 놀라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세번째 “물감”
동양화는 물감 역시 자연을 그대로 재현한다. 단지 표현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산을 그릴 때도, 그 산에서 나는 염료 (색채)를 채취하고 돌을 갈고 가공해서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즉 돌가루, 흙, 광물, 열매 등이 모두 물감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그랬기에 3000년을 넘어 살아남을 수 있었을 정도로 변화가 안정적인 재료이다.

파랑새 – 185225

그릇에 앉은 새 – 1820202
사실 세상에는 다가가 보지 않고는 진가를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등산을 하다 마시는 약수물, 우연히 길을 걷던 중 발견하게 되는 풍경,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 OLED는 예쁘고 화려한 언어만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바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러한 순간들을 세상 모든 벽에 가장 온전한 상태로 구현해줄 수 있는 진실된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 동양화는 예술분야 중 진실과 가장 맞닿아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나 역시 자신의 삶에서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순간들을 특별하게 담아내려는 아티스트이다. 푸르르던 나무가 잘려나간 것을 보고 함께 마음 아파하고, 새가 하늘을 날아갈 때 그 속에서 메시지를 발견해내며, 무심하게 걸려있는 옷걸이에서 물음표를 던지기도, 고양이를 바라보며 그 안에서 영혼을 만나기도 한다.

Constellation Links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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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특별했다. 나는 OLED라는 새로운 종이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곳에 진실된 메시지를 전하고 나누어 나갈 수 있길 희망하는 의미에서 특별한 작품을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