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빛의 세계- Crystal과 OLED
미술의 개념이 현대로 오면서 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온 만큼 사람들의 감각을 다방면으로 일깨워 주는 미술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작가들은 기존의 재료를 뛰어넘어서 색다른 재료를 사용하거나, 평면 회화 작가라도 조각 및 설치와 같은 입체를 다루기도 하는 등 다른 분야와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보다 더 다양하고 감각적인 미술을 펼치고 있다.
나 또한 보편적이지 않는 새로운 재료를 써서 새로운 감각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캔버스에 물감뿐만이 아니라 특별히 보석을 이용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성들이라면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생활 속의 보석인 크리스탈, 그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크리스탈 보석을 마치 물감처럼 캔버스에 붙여서 빛나는 보석 그림을 제작한다.

스와로브스키크리스탈이 그림에 부착되어 반짝이는 빛을 내는 모습- 작품 디테일 1,2
이 작업에선 무엇보다도 한 알 한 알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보석들이 회화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가 되어 공간을 채워나가면서 그림을 완성시켜나간다. 보석의 색상과 물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면서도 보석들이 회화에 잘 흡수되어 종국에는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게 작품 성공의 큰 관건이다.
15년넘게 구현해온 이 새로운 감각의 회화, 일명 나의 ‘크리스탈 페인팅’ 작업은 회화에 크리스탈이라는 매혹적인 재료를 덧붙여 물감과 보석의 다채로운 색상을 조화롭게 표현하면서도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특징이 있다. 작품에서는 명암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빛과 어두움의 깊이를 작품에 잘 담아내면서도 보석 하나하나의 서로 다른 색상과 빛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ARTIFICIAL LANDSCAPE– Utopia 8, 162.4 x 130.3 cm,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3
이렇게 애써서 완성한 내 작품들은 비로소 전시장에 걸려 대중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작품들을 실물로 볼 때와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접했을 때의 차이는 너무나 확연하다. 일례로, 감사하게도 종종 언론에서 내 작품을 기사화한다는 요청이 오면 작품 이미지를 전달하면서도 늘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크리스탈 페인팅’의 아름답고 오묘한 시각적인 아우라를사진이나 영상으로 전달하려 하면, 아무리 잘 찍은 이미지라도 모니터를 통해서는 실제로 보는 것처럼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빛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보이는 크리스탈의 그 고유한 색상과 빛의 생생함을 정확히 포착해야만 하는데, 이는 구현하는 색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나는 최근 색상의 선명함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OLED에 주목했다. OLED는 작은 자발광 픽셀들 하나 하나가 빛을 내는 덕분에 명암 깊이를 최대한 구현해내는 것은 물론 모든 색상들을 보다 선명하게 표현한다고 한다. 이러한 OLED의 노력은 내가 크리스탈 보석 한 알 한 알의 선명한 색상과 빛으로 캔버스를 채워가는 맥락과도 흡사해 보였다.

ARTIFICIAL LANDSCAPE– Luminous Crystal 2, 194.0 x 194.0 cm,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8. (JTBC드라마 <스카이캐슬> 7,13,14화 방영 메인 작품)
처음 OLED를 통해 나의 작품을 보았을 때, 나는 이제껏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나의 갈증을 해소한 듯 눈을 쉽사리 뗄 수 없었다. 풍부한 명암으로 선명한 색감뿐 아니라 크리스탈의 입체감마저 표현함에 매우 놀라웠다. 많게는 수십만 개의 보석이 붙여진 내 그림은 크리스탈 보석으로 인하여 빛을 받으면 고유한 빛을 발산하면서 밑바탕에 그려진 물감 그림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휘의 효과를 더하게 된다. 특히 28면으로 절단된 크리스탈이 반사되는 빛의 위치에 따라, 관람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작품에 풍성함이 더해지는데, 이는 마치 유동하는 북극의 오로라와 같이 일렁이는 신비한 감동을 선사한다.
OLED는 이 많은 크리스탈이 각기 다른 색을 발하며 완성해내는 파노라마의 감동마저 정확히 구현해주어, 마치 작품을 실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작품의 크리스탈처럼 OLED의 자발광 픽셀이 각각 제 위치에서 저마다의 색을 선명히 내면서 완성해가는 하모니와 같았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어느 순간 OLED를 캔버스로 착각하여 실제 작품을 보는 것처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더군다나 TV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두께가 매우 얇아, 나는 자연스럽게 언젠가 어느 전시에서 미디어를 활용해 내 작품의 광휘를 최대한 끌어올려 발산할 새로운 구상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요즘 같이 시각적 스펙타클이 가득 찬 시대에 사는 미술 작가라면 다양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에 매번 도전하며 남과 다른 차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작품의 실제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을 것이다. 나처럼 특별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모든 미술가들은 최상의 작품을 위해 나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OLED는 그러한 미술가의 열망을 외면하지 않고 미술가에게 새로운 동력을 가져다 주었고, 이에 앞으로 또 어떤 행보로서 미술가를 만족 시킬 수 있을지 OLED에 더욱 기대해본다.
김종숙(JONGSOOK KIM, 1968 ~ )
–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전공 박사과정 졸업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대학원 회화과 졸업
언론 보도
– [ArtfixDailyArtwire™] Inaugural Asia Week New York Contemporary Debuts May 2-10 (2017. 4. 4)
– [The New York Times] 10 Things to Do in NYC Now (2017. 3. 11)
– [Art Radar] Crystal Method | Swarovski, Kim Jong-Sook& Elaine Yan Ling Ng (2016. 4. 6)
– [VISUAL ARTS TODAY] artnet Auctions Presents: Almost Famous: Emerging Asian Art (2013. 6. 18)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아트월 (2018~2019)
– 외 다수

ARTIFICIAL LANDSCAPE– Golden Picture, 130.3 x 194.4 cm,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4 2017년 뉴욕타임즈 기사에 실렸던 작품